누군가는 은퇴를 ‘여유’의 시작이라 부르지만, 한국에서는 그 말이 참 멀게만 느껴집니다.
요즘 주변에서 ‘배달하러 가는 아버지’, ‘다시 가게 열었다는 이모님’ 이야기 자주 들리시죠? 저도 그런 장면을 지하철이나 골목길에서 종종 마주칩니다. 그냥 안타까운 게 아니라, 이게 바로 우리 모두가 닥칠 미래 같아서요. 최근 발표된 통계를 보면 그 불안은 결코 기우가 아니었더라고요.

늘어나는 고령 노동자, 무엇이 문제일까?
편의점, 택배, 배달 앱, 그리고 소규모 음식점. 요즘 이런 곳에서 60대 이상의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사시는구나’ 하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노후 생계’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이 문제죠.
자영업으로 유입된 고령층 중 3명 중 1명은 연간 순수익이 1천만 원도 안 됩니다. ‘노동시간은 많고 수익은 적은’ 이 구조는 그 자체로 위험 신호입니다. 특히 2025년부터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도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있어 이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겁니다.
퇴직 후 재취업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
고용연장 논의는 뜨겁습니다. 정년을 65세로 늘릴 것인가, 퇴직 후 재고용 형태를 정착시킬 것인가. 현실은 둘 다 쉽지 않아요. 기존 임금 체계가 연공서열 중심이라 고령 근로자가 많아지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거든요.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계속 고용 의무제’입니다. 정년은 그대로 두되, 희망자는 65세까지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죠. 물론 임금이나 직무는 조정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노사 모두의 반발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현실이에요.
부동산 부자 vs 소득 빈곤층의 역설
집은 있는데 돈이 없다? 이게 한국 노인층의 현실입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노인 빈곤율이 40%를 넘는 나라.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득’ 기준이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비싼 집을 갖고 있어도 매달 들어오는 돈이 없으면 빈곤층으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 노인 자산의 85%는 부동산에 묶여 있고, 현금성 자산이나 연금은 부족하죠. 반면 서구권은 연금 중심으로 노후 대비를 해왔기에 같은 상황에서도 통계상 빈곤율이 낮게 나오는 겁니다.
주택연금, 모르면 손해?
주택연금은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가입률 2%도 안 되는 수준. 알고는 있지만 ‘안 한다’는 게 팩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저항감.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 "손해보는 느낌이다"가 주된 이유예요.
또 하나, 수수료와 이자 체계도 만만치 않습니다. 초기에 드는 보증료, 매월 빠져나가는 수수료, 그리고 죽은 후 남은 집값에서 이 모든 게 정산된다는 점도 부담이죠. 제도 개선 없이는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런 인식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연금 수령액보다 이자가 더 붙는 구조라서 심리적으로 손해처럼 느껴질 수는 있지만, 실제론 보유 주택에서 현금을 확보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정년 연장'보다는 '계속 고용 의무제'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거예요. 직무와 임금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계를 위한 마지막 선택이 창업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리스크도 큽니다. 특히 고령 창업자의 상당수는 준비 없이 뛰어들기 때문에 수익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조사도 있어요. 정부 차원의 교육 및 지원체계가 병행돼야만 성공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겪을 문제
노후는 더 이상 '나중'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그에 맞는 제도적 준비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지금이 바로, 각자와 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제도 개선, 인식의 전환, 그리고 세대 간 이해와 연대. 이 세 가지가 앞으로의 미래를 바꾸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지금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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